교육당국이 25일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일제히 공개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감사결과 지적을 받은 공·사립유치원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고 처분내용 등을 담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공개 대상은 서울 76곳, 경기 122곳, 인천 223곳, 부산 281곳, 경남 21곳 등이다.
이날 밝혀진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 유치원은 유치원 운영비에서 원장과 원장 남편의 개인 출퇴근 차량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수리비 등 645만6770원을 집행했다가 적발됐다. 원장의 입원치료비 860만원을 유치원 행정 직원에게 지시해 ‘직원 병원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공금을 지출한 곳도 있었다. 설립자가 개원 당시 유치원 물품구매, 공사비 등 운영비 차입금 반환 명목으로 2009~2011년 6차례에 걸쳐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5100만원을 이체한 사실도 드러났다.
천태만상의 각종 비리에 학부모들은 누구를 믿고 아이를 맡기겠냐며 허탈해 하고 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의 비리에 대해 짐작은 했지만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별 도리가 없어 눈을 감아온 것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사립유치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너무 충격적인 정부 조치에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은 사립유치원 땅과 건물을 본인의 사유재산으로 일구고 수십 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한 설립자·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올해 전국 평균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는 유아교육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당초 2018~2019년 각 500학급씩, 2020~2022년 각 530~540학급씩 국공립유치원 2600학급을 늘리기로 한 바 있다.
교육부는 25일 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고 학부모 불신을 잠재우고자 기존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 시기를 1년 앞당긴 세부계획을 내놨다. 사립유치원 업계에 비리가 만연한 관행과 이에 따른 학부모 불신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장 부지와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공립유치원이 도시보다 농어촌 등을 중심으로 지어지고 있는 점 등은 정책효과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는 어정쩡하게 봉합하거나 타협할 일이 아니다. 유아교육의 근본을 다시 세우지 않고는 최저 수준의 출산율 제고는 물론 국가경제의 지속성을 기대할 없다. 사립유치원의 부패는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재앙이란 인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