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이젠 '당근정책' 제시할 때
[기자수첩] 카드사 이젠 '당근정책' 제시할 때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0.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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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위부서에 자주 끌려다녀요”

A카드사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쓴 웃음을 지으며 건넨 말이다. 짧은 이 한 마디가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 이유는 그 안에 카드사의 여럿 고충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실적 하락과 각종 규제강화, 먹구름이 드리워진 영업환경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회성 효과'로 2분기 실적은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카드사 통합설'이 퍼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통합이 결코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라며 "내부 분위기는 (외부에서 들은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은행계 카드사 분사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 않다. 신한카드를 제외한 KB국민카드(2011년)와 우리카드(2013년), 하나카드(2014년)는 2010년 초반 은행과 떨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카드대란이 발발한 2003년 9월 KB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에 편입됐다가 8년여 만에 다시 분사했다. 만약 또 다시 국민은행과 합병할 경우 다시는 분사를 시도하지 못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카드사 통합 작업이 시행되면 가장 걱정되는 사안은 인력 감축이다.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은행과 전산 시스템이 통합돼 굳이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다. 한 직원은 “통합이 가시화된다면 절반 이상의 인력을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카드사 내에 묘한 바람을 일으켰다. B카드사는 노조에서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였다. 일부 직원들은 야근은 기본이며 새벽녘까지 퇴근을 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불만이 표면 아래로 들어갔다고 한다. 야근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으리라.

전업계 카드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카드다. 2003부터 현대카드와 캐피탈을 이끈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사이동 대상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7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40% 급감한 수치다. 연초에 쌓은 대손충당금을 감안해도 경쟁업체에 비해 순익 증가율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태영 부회장의 SNS 활동이 부쩍 늘었다. 고객과 소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상위부서(?)에 보여주기 위한 전략인지 진의는 알 수 없지만 CEO라도 실적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통합설을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이는 문재인 정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활성화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카드시장이 더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시장이 주도해 카드사와 가맹점이 이익을 내고 소비자도 혜택을 받는 상생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실저하락을 두고 주요 카드사 임원과 정 부회장이 느끼는 체감 온도차는 다를 수 있다. 임원들은 인력 감축 정책이 시행되면 사표를 내야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