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리에 맞는 경영자질을 갖췄을까 의심이 간다. 국책은행의 맏형 격이자 국내 산업구조조정의 핵심인 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너무나 가벼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22일 기업은행 본사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GM 연구개발(R&D)법인분리 강행과 관련된 산은의 입장과 자회사인 KDB생명에 대한 이 회장의 답변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날 국감장에선 한국GM의 법인분리와 관련한 질문과 질타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산은이 한국GM에 연내 투입하기로 한 4200억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안 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산은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 합의 당시 약속한 84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지난 6월 투입했고, 올 연말까지 나머지 금액을 집행할 예정이다. 당시 합의한 기본계약서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선 연내 4200억원의 추가투입이 완료돼야 한다. 만일 이를 거부하면 기본계약서 자체가 파기되고 GM은 언제라도 철수가 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을 주지하고 있음에도 이 회장은 연내 투입분 4200억원의 자금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치 의원들의 지적처럼 문제가 되면 중단하면 그만이란 입장 같았다. 이미 투입된 4000억원이 국민의 혈세라는 것은 까마득히 잊은 것 같았다.
산은은 한국GM의 17%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면서도 지난 19일 열린 주주총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해 ‘산업은행 패싱’ 논란을 불러왔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서 극복해 낼 것이지를 밝히기보다는 책임회피성 발언만 반복했다.
자회사인 KDB생명보험에 대해서는 ‘애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는 험한 발언으로 문제를 가중시켰다. 이 회장은 KDB생명은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면서 직전 3년간 누적적자가 7500억원으로 큰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KDB생명은 엣 금호생명을 인수해 지난 10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지급여력비율인 RBC비율이 권고치인 150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산업은행의 회장으로 KDB생명에 판단이 그렇다면 10년 동안 자금을 지원하며 끌고 갈 게 아니라 서둘러 정리하거나 적극적으로 매각했어야 한다. 그런 배짱도 용기도 없으면서 ‘그게 원래 그랬어’ 식의 표현은 산업은행이 맡고 있는 산업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
산업은행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살을 뜯어 헤치고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10년쯤 지난 후에 그게 원래 우리가 할 게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사람에게 맡길 업무가 아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