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제약 복제' 악순환, 이제는 벗어나야
[기자수첩] '복제약 복제' 악순환, 이제는 벗어나야
  • 이창수 기자
  • 승인 2018.10.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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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타르타르염)'의 특허만료에 따라 31개사가 챔픽스 염변경 약품으로 허가됐다. 제품 개수만 62개다. 이에 따라 챔픽스의 특허가 완전히 만료되는 오는 11월이면 국내에만 100여개의 복제약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빅 히트작'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복제약을 쏟아내는 장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2012년 특허만료), 릴리의 시알리스(2015년 특허만료) 역시 국내서만 100여개가 넘는 복제약이 쏟아졌다.

결국 영업과 마케팅에서 승부가 났다. 승자독식 구조는 더욱 단단해졌고 의약품의 품질향상보다는 영업·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제약업계의 관행도 더욱 견고해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복제약은 오리지널 제품당 10~15개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골고루 시장을 나눠 가진 까닭에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신약 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세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약화됐다. 공동·위탁 생산이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접 복제약을 생산하지 않는 회사라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위탁 생산으로 만든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으로 경쟁하다보니 또 다른 영업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복제약으로 번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불법 리베이트 자금으로 쏟아붓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약품도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경찰에 전현직 대표이사, 간부급 직원 10명등이 불구속 입건돼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반대로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연내 앞둔 상황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음성 리베이트로 시장을 돌파한 사례가 아니다. 그 어렵다는 FDA 자문위원회 전원 찬성 의견을 받아 승인 권고안이 채택된 것. 셀트리온의 도전은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

복제약 시장은 결국 '누가 더 싼 값으로 제품을 내놓냐'의 싸움이기에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이 끼어드는 순간 한국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제약의 복제만 반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약효 성분을 강화하거나 복용법을 개선한 개량 신약에 투자해야 한다.

csl@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