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미쳤다’는 탄식이 나돌고 있다. 서울 집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강남을 넘어 강북, 수도권까지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서민과 무주택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면서 지역 집값이 하락하자 서울과 지역 간의 집값격차는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소가 됐다. 주택문제는 이제 지역문제, 사회문제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택시세의 합인 주택시가총액은 4022조46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6% 늘었다. 작년 명목 GDP가 같은 기간 5.4% 증가한 1730조3985억원이었으니 GDP보다 주택시가총액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난 셈이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서울 집값이 이렇게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서울 집값은 정부대책만 나오면 오른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주택시장 양극화와 지역별 상대적 박탈감은 가중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은 조만간 집값 안정대책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정청은 그 과정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며 불신만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핀셋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문한 것과 관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급격히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라며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등록 임대주택 세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도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채 나와 논란을 키웠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규정하긴 어렵다. 그동안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전하듯 가장 강력한 재테크 수단이었다는 점과 장기적인 저금리시대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이상 과열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수도권과 지역 간의 기울어진 불균형도 원인이다.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고 시장 안정을 위한 신호를 보내느냐에 달렸다. 당장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과 함께 투기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다는 정도다.
정부는 빠르면 금주 내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빠른 대응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스스로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각종 지표의 악화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꺾여가는 상황에서 집값안정 실패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 집권 2년차의 국정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노무현 정부 2년차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지지율 회복을 위한 단기처방의 유혹을 벗어나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수정책을 어떻게 배합할지 고민하고 그 대답을 내놓을 때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