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심리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서울의 집값이 4년1개월 연속 올랐다. 그러니까 49개월 동안 단 한 달도 쉬지 않고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이 정도 상승세는 분명 비정상적인 것이 틀림없다. 결국 거품이 잔뜩 낀 집값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국토부도 서울의 집값 상승이 역대 최장 상승기였던 지난 2005년 2월부터 2008년 9월까지의 44개월 연속 상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급등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강남 등 곳곳에서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보이는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의 집값 급등은 소득 상승과 비교해도 지나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 4인 가구 중위소득의 월 소득이 42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6억9159만원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을 고려했을 때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8개월간 소득을 꼬박꼬박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 폭등은 결혼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4년 8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지방보다 2.9배 높았지만 지난달에는 그 격차가 3.5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수요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이 같은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사회문제로 비하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집값 폭등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대응도 한몫했다. 임대주택사업자 과세 문제 등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오히려 불을 지핀 것이다.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던 정부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실망으로 돌아오며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된 것이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정부 정책과는 달리 결국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부랴부랴 주택 구입에 나선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다. 주택이 필요한 서민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뻔히 오를 것을 알지만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인 ‘문팬’에서까지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머뭇거리다가는 집값도 못잡고 국민의 지지도마저 잃을 수 있다. 살고 있는 집이 전 재산이다시피 한 사람들도 부동산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하는 이유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