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퀴어축제, 선 넘지 말자
[기자수첩] 퀴어축제, 선 넘지 말자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7.16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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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4일 서울광장이 대형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음악과 무지개색으로 치장한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이날은 1년 내내 자신을 숨기며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역대 최대 규모임을 실감케 했다.

퀴어축제는 자극적인 구호와 외설적인 퍼포먼스 등 선전성 때문에 해마다 거센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마저 들끊었다. '퀴어축제 반대'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20만명의 동의를 얻은 것.

또한 행사 당일 시청광장 맞은 편에는 종교단체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함께 열리며 이들과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열리는 것도 모자라 시민들의 공간인 서울광장을 내어준 것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퀴어축제의 선정성 논란은 이번 축제에도 여전했다. 시민의 공적 공간인 서울광장에 성기 모양의 비누부터 성인용품까지 공공장소에서 보기 드문 물건들이 속속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성 성기모양의 성행위 도구를 4만~9만원에 판매한다고 해놓고 카드결제도 가능하다는 공지도 내걸었다. 서울시 서울광장 사용 조례 및 이용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광장 내에서 물품 판매와 모금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인 청소년들도 섞여 지나다니는 거리에는 남성간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포스터가 붙어 있어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를 더해 남성으로 추정되는 참가자들은 여성 브래지어와 티팬티 등을 착용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사실 동성을 사랑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반대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어떤 문제이든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성 소수자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취지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도 넘는 과한 표현은 줄이고, 성 소수자들이 오롯이 세상에 인권과 차별 개선을 위해 소리칠 수 있는 단 하루가 됐으면 한다. 그러면 반대하는 시민들에 맞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