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지난 9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3차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있다. 금융권 노사는 정년연장, 주52시간 근무제, 임금피크제 등 여러 쟁점을 두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25차례에 걸친 산별교섭이 줄줄이 결렬되자 금융노조는 지난달 18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마지막 조정회의에서도 타결되지 못하면서 금융노조는 관련법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권 노사가 대립한 쟁점 중 가장 민감한 것은 정년연장에 관한 건이다.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 시행 연령을 기존 만 55세에서 만 58세로 늘릴 것과 정년을 63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용자협의회는 인건비 부담, 청년고용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외직무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사용자측은 인사, 경영 등 20여개 직무에 대해 시기별로 업무량이 달라 일괄적으로 주 52시간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노조측은 유연근무, 대체휴가, 인력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년연장은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우리사회의 세대갈등을 촉발하는 도화선이기도 하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보호가 강화되면서 세대 간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근로기준법상 정년이 60세지만 현재 55세인 1963년생은 만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니 정년을 63세로 늘리고, 이에 맞춰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도 늦추라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측은 인사적체 등 인사관리와 신규채용의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심각한 청년 일자리를 외면한 채 제 밥그릇만 채우려는 이기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5월 15~29세 청년 취업자의 실업률은 10.5%에 이른다. 실업률 집계기준이 현재의 방식으로 바뀐 2000년 이후 5월 기준으로는 최악의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세대 간 일자리 양극화 추이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근로자수는 2007년 367만 명에서 2017년 355만9000명으로 3.0% 감소했다. 반면 50대는 225만2000명에서 415만3000명으로 8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금도 20대는 월 138만원에서 181만원으로 43만원 증가한 반면, 50대는 186만원에서 271만원으로 86만원 늘었다. 한 마디로 50대는 일자리와 임금이 늘어난 반면 20대는 고용악화가 심화됐다는 얘기다.
물론 금융노조의 주장대로 정년을 63세로 연장하면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3년간의 수입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일자리가 급한 청년들의 신규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희망퇴직자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청년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환갑에 가까운 아버지는 일을 하고 20대 자녀는 집에서 백수생활을 전전하는 모습이 정상일수는 없다. 한 세대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아름다운 양보도 생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