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5000여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10조달러(한화 1100조원)의 구매력까지 갖춘 인도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잠재적 시장으로 한국에 성큼 다가왔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정책 덕분에 해마다 7%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인도를 주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삼성전자의 노이다 공단 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5년부터 인도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갤럭시는 지난해 중국 샤오미에 휴대폰 시장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지난 수년간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1위 수성에 실패했지만 지난해에도 인도 시장에서 매출 10조원을 넘겨 삼성전자의 반격을 기대케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호탄이 노이다 신 공장 준공이다.
삼성전자는 400억루피(한화 7000억원)을 투입, 2년 내 인도의 수도 델리의 위성도시인 노이다에 생산 시설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신 공장은 단일 휴대폰 생산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계획대로 생산 공장이 가동될 경우 이 곳에서 갤럭시S9 같은 주력 제품은 물론 저가 휴대폰 등 연간 1억2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13억명 인구 가운데 4억명 넘는 사용자가 현재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아직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인구가 9억명에 달한다는 의미로, 무한한 잠재적 시장을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야말로 ‘스마트폰계의 신대륙’인 셈이다. 중국의 저가폰 공세에 밀려 중국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우리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잠재적 수요는 다른 상품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인도에서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판매량 기록을 새롭게 쓰며 올해 역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인도에서 냉연 생산법인을 운영 중인 포스코도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인도가 가장 유망한 글로벌 시장임을 방증하는 증거들인 셈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이제 정부가 화답해야할 때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포스트 차이나’로 인도를 주목하고 현지 진출과 시장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로 인해 인도에서의 성과가 제한적 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을 계기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해 현지 시장에 잘 안착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각종 혜택과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적극적인 자금 조달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과 인도 간 정상회담을 정례화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에 화답하듯 양국 기업인들도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과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신동방정책의 접점이 많아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우리 경제에 인도는 숨통을 터줄 것이다. 인도시장 개척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