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뿐인 관리감독,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기자수첩] 말뿐인 관리감독,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7.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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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중은행의 부당한 금리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적 분노와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경남·씨티·하나은행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적발했다. 부실한 금리 산정으로 고객에게 과다한 이자를 책정해 거둬들인 돈은 총 26억원에 달했다.

해당 은행은 서둘러 부당이득으로 수취한 이자를 피해 고객에게 환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개선방안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금리를 조작한 은행에 일벌백계할 법적 처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바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법·시행령·감독규정을 들여다보며 이번 사례에 제재 근거로 삼을 조항을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법적 처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현행법상 금융당국이 해당 은행을 제재할 권한이 없다. 시중은행의 가산금리는 은행권 자율규제인 모범규준을 은행 내규에 반영해 책정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법령 위반이 아닌 내규 위반을 이유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행 과정도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하다. 은행의 가산금리 조작 고의성 여부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고객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인데 관리감독기구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두 기관은 뒤늦게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불협화음을 일축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한 상황이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부당한 금리 산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원회는 부당한 금리를 산정한 은행을 상대로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부당한 금리 산정을 불공정영업행위로 규정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든 금융당국이든 말로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지 말고 소 잃은 외양간이라도 튼튼히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