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지난 2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5만417명 가운데 4만4782명이 참여해 88.82%의 투표율을 보인 이날 투표에서 조합원 3만3084명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73.87%의 찬성 속에 반대는 25.96%인 1만1629표에 그쳤고 무효표가 0.15%인 69표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가 파업 준비에 돌입하면서 현대자동차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당장 파업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와 일정을 결정하는 등 노조는 파업 수순을 착착 밟아가고 있다. 실제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대차는 7년 연속 생산라인이 멈춰서게 된다.
서로 생각하는 임금의 차이가 커 쉽게 타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여기에 전 직군 실제 노동시간 단축, 수당 간소화 및 임금체계 개선, 해고자 원직 복직, 고소고발·손배가압류 철회,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조건 없는 정년 60세 보장,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기금 조성 등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산업의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지속적인 수출 감소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고율의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자동차업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의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꼽힌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과 정년 보장을 받고 있고 가족 취업 확약 등 각종 혜택도 보장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여론이 좋을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막무가내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로 여겨진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생산 차질 피해액은 7조4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해마다 7월이면 반복되는 ‘하투(夏鬪)’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는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회사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이미 생산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까지 겹쳐지면서 회사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막가파식의 파업 때문에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GM은 2014~2017년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면서도 노조에 휘둘려 매년 임금을 올리다 결국 올해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그 피해는 근로자와 한국GM, 미국 본사는 물론 지역경제와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해마다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생산공장 해외 이전, 소위 ‘코리아 엑서더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판매하는 자동차의 미국 내 생산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노사는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