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접무와 여당에서는 재정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재정확대로 ‘소득주도 성장’이 정착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빠른 부채 증가 속도와 저출산·고령화 등 위험요인도 많아 재정확대는 가급적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부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확대가 답보상태에 빠져들면서 재정보다는 혁신성장, 규제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기존 5.8%보다 2%포인트 가량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계획은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기재정지출 증가율이 상향되면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 429조원보다 7.8% 이상 늘어나 460조원을 넘어선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8%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의 2016~2020년 계획의 재정지출 증가율(5년간 연평균 3.5%)보다 2.3%포인트 높인 것이다. 이번에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7.8%로 더 올리면 재정지출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당시의 2배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거론돼 주목을 끌었다. 이날은 ‘깜짝 놀랄 만큼’ 돈을 풀자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여권의 거침없는 재정 확대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넉넉한 세수를 근거로 하고 있다. 올해 1~4월 누계 세수는 ‘세수풍년’이란 평가를 받았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5000억 원 늘어난 109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재정 건전성 지표도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D2)은 43.2%로 OECD 평균 112.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OECD는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에도 2019년까지 일방정부 기준 재정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2%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빠른 부채 증가속도와 대외 요인에 취약한 한국경제 구조적 한계는 섣부른 재정확대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정부부문 순 부채는 2016년 기준 5420억 달러로 2012년 4320억달러 이후 4년간 25%나 증가했다. 반면 G20 국가는 같은 기간 52조7780억달러에서 54조5130억달러로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예 감소했다.
대외요인에 취약한 한국경제 구조적 한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 방파제’를 더 높이 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나 유가 인상 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흔들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 통일 비용 등 구조적 위험에도 충분히 준비하려면 재정을 신중히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특히 지금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성장이 더 시급한 형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두 번이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중장기적으로도 5.8% 이상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한만큼 이제는 규제 개혁 등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