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려'가 필요한 북촌한옥마을 관광객들
[기자수첩] '배려'가 필요한 북촌한옥마을 관광객들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06.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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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거주민들의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이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의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종로구가 북촌한옥마을 등 주거 밀집지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수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약 9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주민이 약 16만명인 구에 일평균 약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셈이다.

이 곳 거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고통과 주차문제 등으로 관광객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본지 기자도 최근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했을 때 엄연히 개인 주거지라고 명시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집 안을 들여다보며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구에서는 거주민들의 이 같은 생활 불편을 개선하고자 구청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정숙관광'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고 북촌관광안내지도와 골목길관광안내지도 등에 안내문구를 삽입했다.

또 해설사를 통해 '정숙관광' 캠페인을 알리고 관광객 밀집 지역에 '정숙관광' 표지판과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했으나 거주민들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북촌한옥마을운영회에서는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고 서울시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무례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다 보니 주거의 개념이 없어졌다"면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주거지가 관광화 돼 거주민들이 떠나는 일명 '투어리피케이션'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로 올해 4월 기준 삼청동과 가회동 주민등록인구는 7369명으로 2011년 8970명 대비 17.8%나 감소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도 이미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등은 관광객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아 유입을 일부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시와 구 차원에서 좀 더 명확한 대책을 내놓아 거주민들의 주거환경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할 때다.

아울러 관광객들도 거주민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갖고 관광지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한 번쯤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