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으로 폭락은 물건의 가치나 위신 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위기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건설업에서는 종종 위기가 폭락이라는 어감로 통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서브프라임으로 통칭되는 지난 경제위기 이후로 국내 건설산업에 대한 위기론은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위기론의 내용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빈번히 지적되는 사안들은 대개 동일하다. 건설투자의 감소나 선행지표의 감소세 등과 함께 특히 건설수주의 급감에 대한 우려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건설업계를 들여다보면 기존의 위기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선 건설수주의 경우 매년 수주급감을 우려하는 위기론과는 반대로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 2016년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 뒤 2017년의 연간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폭락의 전조보다는 그간의 급격한 수주증가세가 멈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절하다. 그렇지만 지금도 수주급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고 내용도 종전과 다를 바가 없다.
건설업 위기의 근거로 지적되는 다른 사안들도 실상은 수주급감보다도 산업 내의 다양한 양극화 양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허가면적같은 선행지표들은 비록 전체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그 감소폭이 현격한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지방이더라도 그간 부동산경기가 활황이었던 지역들은 오히려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현재의 건설업황이 주로 주택시장의 활황에 기인했다거나, 정부의 SOC 투자축소가 토목분야를 위축시킨다는 논의도 건축과 토목간의 양극화로 볼 수 있다. 이때는 매년 집행되는 추경이 이들간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일지도 모른다.
공사수주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건설업체들도 여전하다. 하지만 국내 주요 건설기업들의 수익은 양호하며 일부는 어닝서프라이즈까지 기록한 것도 사실이다. 이것도 건설수주물량의 감소보다는 기업간 양극화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현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설수주의 급감에 대한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장기적인 시각에서 위기를 전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2번은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사례를 종전의 부동산폭락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건설수주전망 등을 담당하는 부문에서 건설현장과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심의나 주요 지역의 개발실태, 현장경험 등을 접하거나 갖추지 못하고 현업자나 업계의 참여도 없이 지금처럼 수치자료에만 의존하다면 그 결과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과거의 수주실적 등을 근거로 미래를 추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건축물이 내구재라는 점 등으로 여러 경제상황하에서의 예산집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치와 통계의 맹점은 활용목적이나 담당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 지역의 경우 지난 3월의 공사수주액이 전년 동월 대비 급감했음을 근거로 지역경제의 악화를 우려했었으나 막상 해당 지역의 1분기 공사수주액은 오히려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따라서 건설업의 위기를 언급하며 수주급감에 중점을 두는 논의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공사물량의 감소는 위기요소의 하나일 뿐이며,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생산성향상 등 기업과 산업전반의 역량강화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 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