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가 ‘뜨거운 감자’다. 우여곡절 끝에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시행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와 업계 견해차가 큰데다 여당과 여당 역시 상당한 입장차를 보여 국회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 측은 보편요금제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도입에는 찬성하고 있는 여당 측도 절차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회에서의 추가 공론화 과정 등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급하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인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정부가 입법에 나섰지만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정책협의회에서도 논란을 빚으며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진통 끝에 규제위로 넘겨졌지만 상당수 의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표류하다가 통과 요건을 간신히 맞추면서 원안대로 처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 등에 따른 위헌 논란 등이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고 알뜰폰과 제4 사업자 등 대안이 있음에도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비난도 만만찮다. 이를 의식한 듯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도 개정안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동통신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통3사는 처리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과 통신사간의 갈등은 보편요금제 시행에 따른 부담 규모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통신업계는 제도 시행에 따른 수익 감소 규모를 작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정위는 보편요금제 시행에 따라 모든 요금제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도 전망했는데 이통3사는 이를 근거로 연간 영업이익의 60%가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취약계층에 1만1000원의 추가 요금 지원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이통3사의 부담이 더욱 커져 3조원대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다른 계산서를 내놓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사의 연간 매출액 감소는 7812억원 정도로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용자 편익은 연간 1조원이 넘는다며 기업의 이익 감소분을 소비자 이익 증가로 갈음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기업의 매출 감소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기업의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한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 제28조21항에는 “보편요금제의 기준은 2년마다 재검토 고시해야 한다”고 명시, 전년도 평균 이용량과 시장평균 단위요금 등을 감안해 2년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재설계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정부가 2년마다 요금을 정하는 형태라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복지도 좋지만 보편적 복지를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적폐청산의 행보와도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