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비록 몇 미터에 불과하다지만 어쨌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우리 땅으로 와서 이루어진 회담이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정권 승계 이후 보였던 광폭한 독재자의 이미지와 달리 매우 솔직하고 예의바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섣부른 예단이지만 정상국가로 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국내·외의 평가도 매우 호의적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베이징의 북한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금강산 관광 특수를 기대하는 강원도 접경지역이 들썩 거리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의 재개를 기다리는 우리 기업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고, 북한 특수를 기대하는 건설업계도 각종 TF팀을 준비 중이라 한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일련의 사태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첫 번째 회의적인 시각은,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이다. 지난 두 차례에 걸칠 남북 정상회담이 결과적으로 북한이 시간벌기용으로 우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2000년 6월14일 역사적인 첫 방북을 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6·15 공동성명을 이끌어 냈지만 결국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당시 북한은 계속되는 가뭄과 연이은 홍수 피해로 인해 민생경제가 매우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북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핵을 무기로 6자회담까지 이끌어 내었으며, 뒤 이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결국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2차 남북정상 회담 역시 2009년 제2차 핵 실험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두 번째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예정인데, 아무래도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그에 따른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문제 등 핵심주제는 거기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핵 폐기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합의한 것처럼 언급하셨지만, 김정은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도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아마도 북미 정상회담용으로 남겨 놓은 듯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 역시 2008년 북한이 서방 기자들까지 초청해 냉각탑을 폭파시켰으나, 결국 3차 4차 핵실험이 계속됐던 것으로 미뤄 볼 때, 북핵의 완전 폐기까지는 상당시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더불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해도 그 당사자가 우리가 아닌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한다면 미국은 어떤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북미간 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북핵폐기 검증과정에서 어떠한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사회, 특히 우려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정부의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조금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첫 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