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만남의 장소였던 판문점이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을 일컫는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UN과 북한 측이 공동경비를 하고 있는 곳으로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에 속해 있다. 서울에서는 서북쪽으로 48㎞, 개성에서는 동쪽 10㎞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 행정구역상으로는 개성직할시 판문군 판문리에 해당한다.
판문점은 남북이 총·칼을 들고 서로를 겨누는 대치의 현장이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단의 현장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동과 서로 나뉘어 있던 독일의 통일 이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의 현장에 남과 북의 최고 통치자가 나란히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깜짝 제의로 두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던 장면은 잠시였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굳이 큰 걸음을 떼지 않아도 한 걸음이면 다다를 수 있는 북녘 땅이었지만 그 동안 그 군사분계선은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분단의 선이었다. 그런 선이 38도를 따라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며 이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린다면 판문점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남과 북을 배제한 제 3국을 물색하던 분위기가 4월27일 계기로 급선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수 있도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설득했다는 미국 CNN방송의 보도도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 3국 보다는 판문점을 선호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이 실현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틀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처음 언급하기 전까지는 스위스,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괌 등 5곳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상태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설득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분단의 현장에서 분단을 종식을 논의한다는 상징성은 전 세계의 주목을 넘어 역사의 순간으로 기록되어 후세에도 길이길이 전해질 것이다.
남과 북의 정상이 밝힌 ‘판문점선언’이 잘 이행돼 앞으로 누구나 그 분단의 선을 넘나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너무 앞서 나간다고 혹자들은 말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남북 분위기라면 결코 요원하거나 불가능한 일로 생각되지 않는다. 분단된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위력이나 무력, 혹은 이념에 의해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분열은 결국 통합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분단을 넘어 통일을, 통일 이후의 공동번영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