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됐던 남북관계가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를 타고 있다. 특히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 이후 후속조치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먼저 북부 핵 실험장 폐쇄 때 한미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해 공개하겠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예전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 5월 개최로 일정을 앞당기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잡혀있던 한미정상회담도 연동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전쟁불사’ 자세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전향적인 자세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남과 북의 두 정상에게는 더 큰 과제가 숨어있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마주잡은 손에는 남북한 국민과 해외동포들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뿐만 아니라 남북한 모두 미래에 번영국가로서 어떻게 발돋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득했다. 남한은 보호무역 기조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국제제재로 경제상태가 한계상황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지도자로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는 해석이 힘을 싣는다.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남북정상회담 전만 해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를 의식해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던 ‘남북경협’ 관련 내용이 선언문 한축을 차지한 셈이다.
‘10·4선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경협투자 장려,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치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방안이 담겨있다. 판문점선언문에서 언급된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이 재개되면 남북경협은 전면적인 대북투자와 개발, 교역 재개, 인프라공유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때문에 경협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의결된 대북제재 2371호, 2375호는 대북합작사업의 신설,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 합작사업도 폐쇄하도록 되어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대규모 현금 유입도 대북제재로 차단된 상태다.
청와대 측은 경제적인 부분을 당장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비핵화 또는 북미 간 협상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선적으로 남북이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공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경협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남북경협의 컨트롤타워 설정 등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벌써부터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단 한차례의 만남으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기존의 틀을 만들어 놓은 경협공동위를 다시 여는 것도 검토해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