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식품기업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식품안전기준이 높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져서다. 반면 식품 기업들은 낮은 이윤 속에서 치열한 경쟁이 반복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기준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이는 세계인에게 우리 식품기업에 대한 잘못한 인식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소비자들의 피해, 국민 불안 등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어서다.
첫째는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다. GMO에 대한 다수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상당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거나 잘 모르고 있다.
완전표시제의 파급효과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보니 구매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이로 인해 유기농 제품으로 선택이 쏠리고 있다.
당장 관련 식품 재료 품귀현상이 커지고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미칠 것이다. 나아가 비싼 유기농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 문제는 구입이 용이하지 않은 저소득 계층의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국민 불안이다. GMO 또는 Non-GMO로 수입된 중국산 등 해외의 농식품 수입이 늘어날 경우 그 검증을 일일이 다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배 초기단계에서부터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Non-GMO라고 표시돼 있을 경우에도 그것을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특히 식품 완제품의 경우 GMO 형질이 남지 않게 되는데, 그 제품이 처음부터 Non-GMO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 일본 등 주요 농산물, 식품 생산국의 경우에는 GMO 표시제도 자체가 없거나 표시 기준이 우리보다 낮아 확인자체가 불가능하다.
GMO가 그간 안전하다고 설명해온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소비자에게 의심받게 될 것이고 이는 GMO 옥수수 사료를 먹이고 있는 우리 한우 등 축산물에 대한 의심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시민단체 완전표시제의 근원에는 GMO 유해성에 대한 오해와 불안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GMO가 인체에 위해하다면 그 해결책은 표시 강화가 아니라 완전한 금지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GMO를 완전히 금지한 나라는 없다.
마지막으로 국내 식품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갈수록 가격 및 품질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글로벌경쟁 속에서 자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제품이 세계인에게도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식품기업에 대한 역차별 속에서 경쟁력만 낮아져 투자나 고용환경이 악화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만약 제도가 일방적으로 도입될 경우‘원재료 확보 문제’, ‘식자재 가격 상승’, ‘고용환경 악화’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완전표시제도를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사측과 노동계, 정부가 모여 그 피해 규모와 대안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