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아보험 과열 경쟁 ‘자충수’
[기자수첩] 치아보험 과열 경쟁 ‘자충수’
  • 우승민 기자
  • 승인 2018.04.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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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보험사들이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하자 불완전판매 주의보가 떨어진 것.

올 들어 치아보험을 출시한 곳은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삼성생명 등 5개 대형 생명보험사다. 치아보험은 그동안 중소형 보험사 위주로 판매됐지만 임플란트 치료가 대중화되고 치아보험 수요가 늘면서 이젠 대형보험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판매 실적도 눈부시다. 지난달 12일 치아보험을 선보인 삼성생명은 출시 첫날 무려 2만5000건의 상품 실적을 올렸다. 다른 보험사에서도 치아보험은 효자상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는 없다. 과당경쟁으로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이 단기간에 많은 실적을 올린 배경 뒤엔 과도한 인센티브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보험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보험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에 과도한 판매수수료를 제시해 이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모 손보사는 GA에게 550%의 높은 시상을 내걸고 치아보험 판매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상금이 최대 600%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3월에 대부분 300~400% 정도로 내려왔으나 일부 보험사는 여전히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열 양상에도 금융당국의 제재 조항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마땅한 규제도 없이 보험 상품이 과당경쟁으로 퍼진다면 소비자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금융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기식 금융위원장이 지난 2일 취임식을 가졌다. 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금융소비자 보호’다. 금융권에선 그에 대한 평가가 기대와 우려 두 가지로 엇갈린다. 금융권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관치금융’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상품 과열경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되레 관치금융에 힘을 더 실어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금융당국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기 전에 금융회사 스스로 소비자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