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춘추(呂氏春秋) 의상(義賞)편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꾀함을 비유한 말이다.
춘추시기, 오패 가운데 한 사람인 진(晉) 문공이 초나라와 맞부딪히게 됐다. 그런데 강력한 초나라를 상대로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문공은 대부 호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호언은 “전쟁에서 예의는 중요치 않다”며 속임수를 쓸 것을 제안했다.
문공이 다시 이옹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옹은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낸다면 당장은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넘긴다 해도 이는 영원한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臨時方便)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먼 앞날을 내다보는 계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즈음 6.13 동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공천 행태를 보면 갈택이어라는 고사성어가 제격이다. 대통령을 잘 못 보좌해 국가망신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당을 쇄신 또는 혁신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선거 승리에 집착해 전략공천이라는 구태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자유한국당은 참신한 정치신인이 경선 과정을 통해 지역 정가에 진출할 기회를 부여해 당을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인물난을 핑계 삼아 지역여론을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강행함에 따라 경선을 기대하며 공천 신청을 한 후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자유한국당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충북, 충남 등에서 자치단체장 후보 경선을 위해 준비했던 많은 사람들이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항의하면서 탈당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결 같이 당이 애초부터 전략공천방침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전략공천은 상대당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지역구에 중앙당 공천기구가 당내 인물이나 외부 영입인사를 공천하는 제도다. 지역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후보를 공천하거나 기존 공천자들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해당 지역구민 및 당원들의 여론이 배제된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루는 천안과 같은 지역에서 전략공천이 실패할 경우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광역단체장과 시장과 광역의원, 지역의원 선거 등 모든 선거가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전략공천이 유능한 인재를 선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전략공천이 아니면 지역 토호세력과 손잡고 자기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정치적인 뿌리를 깊이 내린 현역의원을 물갈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6.13 동시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지 패배 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는 앨런 케이(Alan Kay)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앞으로 놀라운 ‘미래’가 될 것인가, 실망스러운 ‘미래’가 될 것인가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