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료 인상률 5%의 함정
[기자수첩] 임대료 인상률 5%의 함정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3.2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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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동환이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한 달 용돈으로 5만원을 줄테니 주변 친구들이 용돈을 어느 정도나 쓰는지를 고려해서 적절히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금하렴"

한 달이 지난 후 5만원을 모두 써버린 동환이는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옆집에 현미는 한 달 용돈으로 3만원이면 충분하다던데 너는 그것을 다썼니? 안되겠다. 이제 3만원만 줄테니 그 안에서 써라"

동환이는 억울했다. 같은 반 짝꿍 용준이는 한 달 용돈으로 6만원 이상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옆집 현미가 쓰는 정도만 쓰라고 하시지..."

국토부는 최근 개선된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알렸다. 집주인에게 주택 재건축이나 개량비용을 융자지원하는 대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 임대토록 하는 사업이다.

무주택자를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늘린다는 취지는 좋으나 이 제도 안에는 엄마와 아들이 겪었던 '용돈갈등' 요소가 숨어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연 5%로 정하면서도 '주거비물가지수와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다소 불명확한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명확함은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사업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 인상률 역시 이 명확하지 않은 기준하에서 움직인다.

지난해에는 민간공공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률 산정기준을 두고 전국 지자체가 떠들썩 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토부 역시 이같은 애매함을 잘 알고 있지만 웬일인지 적극적인 법 개선 의지는 없어보인다. 얼마전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명확한 기준 마련' 요구를 받은 한 국토부 관계자는 마치 용돈을 준 엄마처럼 논란의 책임을 고스란히 임대사업자에게 돌렸다.

법과 제도는 명확해야 한다. 불명확함은 행위자들로 하여금 합법과 범법 사이의 불안한 외줄타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도 많은 임대사업자들은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얼마나 써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아이처럼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 임대공급이 활발해 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