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정한 임금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많이 논의돼 왔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서구 국가들에서 공정한 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지켜져 왔던 임금의 기본원칙 중 하나다. 즉, 서로 비슷한 가치의 일을 하는 경우에는 서로 비슷한 임금을 그리고 서로 다른 가치의 일을 하는 경우에는 서로 다른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임금원칙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과거 연공급의 성격이 강한 국가들에서는 쉽게 지켜지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연공급 성격의 임금제도에서는 하는 일의 상대적인 가치보다 나이 혹은 근속연수가 임금수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건설업에서도 상당한 정도의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차이라면 모르겠지만 서로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 임금차별이 존재한다면 문제일 것이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하도급 구조가 복잡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건설업이 다양한 업종을 결합하는 종합업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을 가지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도한 하도급 구조는 문제가 있다. 이는 결국 중간관리비의 과도화를 가져와 사업성과나 일자리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설업의 과도한 하도급 구조가 가지는 또 하나의 부정적 영향은 건설업에서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운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에서 하도급 구조가 내려갈수록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로 비슷한 업무를 하더라고 원청보다는 1차 하청업체의 임금수준이 낮고, 1차 하청업체보다는 2차 하청업체의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도급이 더 많이 이뤄질수록 서로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비슷한 임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하도급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해 서로 비슷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임금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건설업의 공정한 임금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건설업의 공정한 임금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서로 다른 다양한 업종들 간의 상대적 임금차이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에도 시중노임 단가와 같은 방식을 통해 상대적인 임금수준을 관리하고 있지만, 시중노임 단가는 시장임금 조사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서구의 직무평가와 같은 방식을 통해 직무의 상대적인 가치를 책정하고 이를 노동시장의 임금수준과 결합해 임금을 관리하는 방식 등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겠다.
건설업에서의 공정한 임금질서 구축은 단순히 건설업 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다른 산업에서도 필요한 임금질서 구축의 문제인 것이다.
건설업은 다양한 업종별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고 발달돼 온 산업이기 때문에 직무의 상대적인 가치 측정이 용이하고 노동시장 임금정보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에서의 공정한 임금질서 구축이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체의 공정한 임금제도 질서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