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수가 35만명대로 떨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10여년간 10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출산율 감소 추세를 볼 때 가까운 미래에는 출산율 반등의 가능성조차 점치기 어렵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이후 16년간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으로 전년 1.17명보다 0.12명 급감했다. 현재 인구를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딱 절반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고령사회에 접어든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사회적 부담이 커지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그 여파로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3월 중으로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새해 초부터 대책 마련에 고심했고, 곧 범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한 국가예산은 2016년 무렵에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다. 2006~2015년 저출산·고령사회 1·2차 기본계획을 시행하면서 저출산에만 약 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 중인 제3차 기본계획을 올해 전면 수정할 방침이기는 하지만 기존계획을 기준으로 정부예산 108조원이 더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200조원에 육박하는 저출산 예산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제고에 대한 전망을 어둡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될 기미조차 없기 때문이다.
초저출산 추세는 가임여성의 감소, 초산연령 상승, 비혼 증가, 출산 기피, 고용·주거 등 사회적인 여건 악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노동시장 성차별, 자녀의 사회적 상향 이동에 대한 열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한 종합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나 대책을 살펴보면 이런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문제들은 손을 놔버린 채 육아휴직 급여 등 일부 지원 확대에만 열을 올린 것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종합대책에는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헤아려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은 미루거나 피하는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에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낮은 여성고용률, 높은 주거비 등 직접적 요인들을 해소하는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직장환경 등에 대한 제도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간과해서 안 될 문제는 여성의 시회활동 보장 차원이다. 임신·출산과 양육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여성의 사회적 배려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이 증상을 잡는 대증치료제에 머물지 말고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만한 근본 처방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