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며 고율의 관세 부과와 수입 물량 제한에 나선 미국이 자동차에 이어 철강에까지 규제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반도체 등으로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일부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모든 수입산 철강에 대해 최소 24%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가별 철강 수입량 상한선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거나, 12개 국가에 대해 53%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 가지 권고사항 중 하나를 이행하도록 백악관에 권고했다. 상무부는 한국을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과 함께 여타 국가들보다 더 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12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공공연히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천명해왔다. 그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마디로 ‘손해 보는 무역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태도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노선으로 이어졌고 분야와 품목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무역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심각성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이 법안은 미국의 통상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외국 제품에 대해 수입을 긴급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안보의 논리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제품에 대해서든 각종 규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무부의 이번 조치에 미국 철강 수입의 16%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큰 캐나다가 빠져 있다는 대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5%에 달하는 일본이 제외된 반면 2%에 지나지 않는 인도가 포함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경제논리 이면에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제재에 한국이 휘말려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위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는 WTO(국제무역기구) 제소도 미국의 시정을 강제할 수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WTO 탈퇴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은 그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다면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응하는 것이 한판 전쟁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에 웃으며 마주 앉아있지만 사실 총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의 한복판에 마주 앉아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정부가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협상의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의 흥망성쇠가 결판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