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의 직장’,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에서의 채용비리 실태가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부터 이달까지 11개 국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적발됐다.
대부분이 고위인사와 관련된 채용비리 였는데, 적발된 사례를 살펴보면 가관이다.
서류·실무면접 등에서 최하위권인 지원자가 임직원 면접시 최고 등급을 받아 최종 합격하는가 하면, 비공식적 사전 면담을 통해 입수한 가족관계 정보 등을 면접위원에게 전달하고 채용인원을 임의로 늘리는 식으로 前정치인 자녀가 합격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또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임원 면접시험장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해당 자녀를 고득점으로 합격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블라인드 채용이다 뭐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학력 또는 출신지역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만 뽑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자신들만의 리그를 보지 못하게 끔 장막을 친 ‘깜깜이’식 채용이 이뤄졌던 셈이다.
결국 자신들의 실력보다는 부모의 스팩이 더 중요했다. 이에 취준생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취직하고자 하는 회사의 임원에 줄을 데려고 혈안이다. “정 씨, 혹시 00은행에 아는 사람 있어? 소개만 시켜주면 사례는 두둑히 할게”, “거기는 돈이 많이 들텐데…”, “상관없어 퇴직금 받은 거 있잖아” 등의 대화가 나올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노량진 등지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동안의 학원비, 식대, 하숙비 등을 생각하면 밑지는 장사도 아닐테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고위 임원 빽’ 사러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속담처럼, 채용비리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앞 다퉈 “중대한 적폐”로 칭하며 엄정 경고하고 나섰다.
청년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 이들에게는 당국의 철저한 대응이 뒷 따라야 할 것이다.
또 채용비리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부정 합격자로 인해 피해를 본 학생들에 대한 구제조치도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