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청년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일자리대책본부’를 28일 설치했다고 한다. 대책본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기재부 1차관, 2차관과 1급 간부 전원이 참여했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각 부처가 문제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질책 이후 사흘 만이었다.
지난해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채용이 2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29일 정부의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확인된 수치다. 얼핏 보면 ‘일자리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들이 보인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인원은 2만2056명으로 2016년 2만1016명과 견줘 1000명 남짓 늘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청년고용을 독려한 결과치고는 한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기타공직유관단체의 과거 5년간의 채용비리를 특별 점검한 결과는 경악할 수준이었다. 전체 1190개 기관·단체 중 946개 기관·단체에서 478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83건은 수사 의뢰했고 255건은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8개 현직 공공기관장은 즉시 해임키로 했고, 부정합격자도 경찰에 기소되면 즉시 퇴출하고 관련 임직원이나 청탁자가 기소된 경우에도 업무에서 해당 부정합격자를 배제한 후 징계위원회 동의를 거쳐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채용비리는 일반적 상식이 있는 사회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드러난 방법들을 보면 ‘신의 직장’이란 별칭처럼 신의 능력에 가까운 공력(?)이 발휘됐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 배수를 늘리거나, 고위인사의 지시로 위원회를 개최해 없어졌던 채용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면접위원이 아닌 고위인사가 불쑥 면접장에 나타나 특정인에게 유리한 질문을 던져 점수를 높이기도 하고, 고위인사의 지시로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채용절차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면접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가 하면, 아예 면접점수를 내정순위에 맞도록 변경한 사실도 밝혀졌다.
얼마 전, 금융권의 채용비리에 국민이 분노했던 이유는 최소한의 공정한 기회조차 앗아갔기 때문이었다. 금융권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는 점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분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그보다 몇 곱 절 더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 대부분이 민간영역이었던 것과 달리 공공기관은 준 공무원급의 일자리이기에 취업준비생들이 받게 될 타격은 비교가 안 된다.
취업한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자유를 억누르며 취업준비에 전념한 ‘공시족’들이 한낱 기득권 세력들의 장난에 놀아난 들러리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불법과 편법이 ‘생활적폐’다. 적폐청산은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기득원이 없는 일반인들이 공정한 규칙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잇 시대의 변혁이고 개혁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