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파 맞은 기부문화, 투명성 회복으로 녹여야
[기자수첩] 한파 맞은 기부문화, 투명성 회복으로 녹여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1.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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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강추위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를 호소하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거리마다 울려 퍼지고 있지만, '기부민심'은 한파보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모양새다.

정부의 통계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통계청의 ‘2017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지난 2011년 ‘36.4%’에서 올해 ‘26.7%’로 10%p 급락했다.

사회복지시설과 단체의 상황을 살펴보면 기부민심 위축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답지하던 현물 기부는 눈에 띄게 감소했고, 지난해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신입회원은 2007년 12월 창설한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부 한파에 사회적 약자 집단에 전문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소규모 모금 단체들에서는 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부 문화가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것은 후원기관을 불신해 기부를 꺼리는 ‘기부 포비아’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는 기부 분위기를 해치는 사건들이 유독 많은 해였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논란 사태로 여타 공익재단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아동·청소년 복지법인 ‘새 희망 씨앗’의 대표가 100억원대 기부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불거졌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후원금을 호소했던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후원금 대부분을 개인 유흥에 탕진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기부민심은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기부의 밑바탕에는 신뢰가 깔려있다. 잇따라 터진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 사건들은 트라우마로 남아 우리 사회에 ‘서로 못 믿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충분했다.

신뢰가 사라진 지금, 기부민심을 되살리기 위해 ‘투명성 회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급히 기부단체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누구라도 모금액 사용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를 구축해야 한다. 선의의 기부를 가로막는 세법을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전통적 미덕으로 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신이 해소돼 기부라는 고귀한 미덕이 되살아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