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경제혁신위원회의 최종권고안을 최대한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혁신위의 권고안에 반발하던 관련업계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혁신위는 20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모범자본 육성을 위해 도입한 초대형 투자은행(IB)도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그동안 논의되던 방향에서 한참 벗어나 크게 후퇴한 정책적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新)금융을 기대하던 관련업계에서는 금융혁신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혁신이란 원래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혁신위의 최종권고안은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입장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되돌아간 듯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혁신을 추진했던 정책에서 크게 휴퇴한 주장이라면서 혁신위가 금융혁신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한다.
우선 혁신위는 케이뱅크 인가와 관련, 현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는 한국금융 발전에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기대지 말고 납득할만한 발전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혁신위는 초대형 IB도 신용공여 범위를 투자은행의 고유 기능 또는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건전성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혁신위는 특히 금융당국도 국회 및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연장선상에서 은행 등 금융사 인허가 관련 법령을 재정비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금융업계는 혁신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핀테크 기반의 신금융사업을 아예 차단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 IB 사업에 신생·혁신기업으로 제한한 것은 결국 중소기업만 대출해주라는 것이라면서 기존 제도권 은행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건은 아닌지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를 비롯해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 수위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금융권 전체를 바짝 옥죄는 도구로 활용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21일 혁신위의 최종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이로서 이전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신(新)금융 정책이 크게 후퇴하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 및 사업 확대는 물론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도 어렵게 됐다. 정부의 적격성 심사로 차질을 빚고 있는 초대형 IB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혁신이 아닌 금융후퇴로 방향을 전환하는 정책에도 속수무책인 금융업계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