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본 못 미치는 안전규제로 국민 '낚지 말아야'
[기자수첩] 기본 못 미치는 안전규제로 국민 '낚지 말아야'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7.12.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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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바다낚싯배 신창 1호 침몰 사고에 대해 황준현 인천해경서장이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만 놓고 본다면 빠르고 명확한 지시전달과 책임을 인정하는, 세월호 참사 때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외에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낚싯배 돌고래호 침몰에 이은 이번 신창 1호 침몰 사고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TV에는 연일 뒤집힌 배의 사고 소식이 등장하고 있다.

원인은 불명확한 안전규제와 관계부처의 소극적인 대처에 있다.

이번에 침몰한 선창 1호의 경우 어한기에 수입이 없는 10t급 미만 영세어선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1995년 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낚시어선업에 이용되고 있었다. 

이 낚시어선업은 신고제로 운영되는데 지자체로부터 허가가 아닌 관련 서류를 갖춘 후 신고만 하면 되는 구조다. 더욱이 1년에 한번 하는 안전 교육도 문제지만, 안전교육 이수증이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장·선주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에 소홀한 채 고객 모시기에만 급급하다.
구명조끼 미착용은 기본이고, 조난 시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무선통신장비(VHF-DSC) 운용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소극적인 관계기관 대처 탓에 처벌된 낚싯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낚싯배 등에 대한 안전규제 방안을 마련해 놓고도 선객 수 제한에 반발하는 낚싯배 선주·업계를 이유로 현재까지 정책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사고 발생 후 즉각 출동해야 하는 해경은 구조선의 고장, 운용 미숙 등의 이유로 이번에도 구조 골든타임을 초과하면서 여전히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결국 물고기를 낚으려던 낚시인들은,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건지려는 낚시업계와, 안전규제에 뒷짐만 지고 있는 유관기관에 도리어 ‘낚인 채’ 목숨을 건 취미생활을 하고 있던 셈이다. 

따라서 황 서장의 이번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해경과 유관기관이 명확한 안전규제 하에서 신속·정확하게 사고를 처리했음에도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는다면 정말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신속·정확한 사고 대처는 없었다.

본인들이 기본에도 못 미치는 실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사고 책임에 대해 국민들의 눈높이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황 서장과 해경, 그리고 유관기관에 브리핑에서 언급한 ‘국민 눈높이’ 대신 ‘명확하고 세심한 안전규제 확립’이라는 표현을 넣어보기를 권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히 보일 것이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