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아픈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그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꿈꾸던 언론사에 입사한 신입기자들이 전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언론계의 노동 강도가 높은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언론인들이 더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언론은 사회의 공공적 자산이다. 언론의 대부분이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모바일시대에도 언론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것은 뉴스라는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뉴스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감시’하는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태동부터 역사적으로 공공재(public goods)로 인정되어 왔고, 언론인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되어져 왔다.
하지만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윤리의식은 동종 또는 이종 뉴스매체들과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이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주로 소비하는 시대적 상황은 언론인들의 노동 강도를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고, 엄청난 속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뉴스의 ‘디지털 또는 모바일 퍼스트’(Digital/Mobile First)는 언론인들의 노동에는 독이 되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의해 유발된 높은 노동 강도는 기자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 증가와 집중도 하락, 직업·직무 만족도 하락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단적으로 인터넷 포털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뉴스에서 오탈자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나 사건이 뉴스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확보도보다는 신속보도에 방점이 찍히게 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쟁사보다 빠른 뉴스, 더 많은 조회수가 언론인들에게 ‘강요’되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미국 나이트재단과 아스펜 인스티튜트가 공동으로 조직한 ‘나이트 위원회’(The Knight Commission)는 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시대의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 즉 공적인 정보는 “맑은 공기, 안전한 거리, 좋은 학교, 공공보건만큼이나 사회공동체의 건강한 작동에 필수적”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사회구성원들에게 뉴스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디지털시대에도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사회구성원들과 정부·기업·정치권 등의 사회기관들의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핵심적 중개자이다. 사회구성원들의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도 하고, 형성된 여론을 사회기관에 전파하는 통로역할을 한다.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바로 사회공동체의 건강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언론이 사회의 공적 ‘감시견’(watchdog)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에 대한 합리적 일감배분과 복리후생이 마련되어야 한다. 언론인의 건강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뉴스라는 상품의 건강성도 유지할 수 없다. 뉴스의 건강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결국 사회의 건강성도 유지되기 힘들다. 언론인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존중되는 조직문화로의 개선을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적 기관들이 참여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