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저지른 잘못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적폐청산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느니, 일정한 선까지 수준을 정해 놓고 추진해야한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정당하게 행사하지 않고 특정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데 잘못 사용되었다면, 이를 낱낱이 밝혀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적폐청산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적당한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부당한 권력행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진행돼 온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이념과 지역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는 사회적 혼란은 그 당시 적폐세력을 분명하게 청산하지 못한데서 출발하고 있다.
일제 침탈에 의해 빼앗긴 국권을 되찾으려했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가시밭길을 걸을 때, 일제에 빌붙어 꽃길에 있었던 세력들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는 오늘날 사회 곳곳에 적폐를 만든 근원이 되었다. 독립된 나라에서 일제에 부역한 자들을 청산하기 위해 구성되었던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가 권력에 눈이 먼 불순한 세력의 훼방에 의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해체되고 말았다.
그 결과 가산을 털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던 애국지사의 후손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일제 부역자들의 후손은 우리사회에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를 굳혔다. 부당하게 움켜쥔 권력과 부를 바탕으로 형성된 지배세력은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오염원 역할을 해왔다.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의 행태는 갑질문화를 형성하여 어느 새 사회전반을 오염시켰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을 거머쥐고 저지르는 기득권층의 갑질행태는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조금이나마 우월적 지위에 있으면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세상이 되고만 것이 그렇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깨끗한 것처럼 오염된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지도층의 부당한 권력행사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한다. 사회 지도층의 일탈적 행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는 세상이 만들어질 때 만연된 갑질문화도 씻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손에 쥐고 있는 권력을 놓치고 싶지 않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행위를 적당히 넘긴다면 공정한 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곳곳을 오염시킨 적폐를 철저하고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청산해야 한다.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적폐청산과 더불어 기득권층의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폐단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개선도 추진되어야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갑질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사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공익제보에 대한 보호 장치 강화를 들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반복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갑질행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제보 보호 강화는 조직의 부당한 행위와 지시에 대응하여 거리낌 없이 제보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적폐 근절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고자 촛불을 들었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적폐는 모두 청산될 때까지 진행돼야한다. 아울러 새로운 세상에서 또 다른 형태의 폐단이 만들어지고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에 중지를 모을 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