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우리은행장이 전격 사퇴하는 등 금융권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비위 혐의나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금융권에 대한 사정 한파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는지, 또 무엇을 위해서 인지가 아니라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젊은 청년들과 이들을 둔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금융 공기관의 취업을 준비중인 학생 A군의 부모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강원랜드, 우리은행 등에서 채용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는 지난 2012 당시 채용 인원의 100%가 청탁 대상자였다고 한다.
A군의 부모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가르쳐 왔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화가나기는 커녕 오히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금수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아니었을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금융권 비리 관행을 바로 잡고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앞장서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인 김용환 NH금융 회장은 금감원 내 지인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채용비리에 관해 완곡히 부정해 오던 김 회장은 결국 함께 일했던 수출입은행 고위 간부 아들의 채용 과 관련해 금감원 총무국장에 전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 9일 채용비리 등 임직원 비위 근절을 위해 채용과정을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바꾸고 비위행위가 적발되면 임원의 경우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고, 금전적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부정청탁 등 직무와 관련 3대 비위행위 적발 시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 처럼 채용절차에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야심찬 쇄신안을 내놨지만, 이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이동희 기자 ldh1220@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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