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요 뉴스의 하나가 적폐청산이다.
과거 정부의 불법적인 행위를 적폐라고 보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검찰, 국방, 금융, 문화 등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행위에 대한 적폐문제는 대체로 공감을 받는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적폐청산이라는 의미에는 과거청산이라는 종결에 있는 듯하나,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점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적폐청산의 로드맵이 필요해 보인다. 적폐 사안은 무엇이고, 적폐에 대한 책임, 그 적폐 개선은 어떻게, 제도로서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설정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적폐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여러 적폐도 있을 것인데 이런 적폐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것 같다. 정부 부처는 자체적으로 적폐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TF니, 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TF,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과거 인물 그대로 구성해 놓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정부의 적폐청산도 몇몇 대형 건을 제외하고는 기대만큼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도 없지 않다.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적폐 당사자가 위원장이고, 위원은 과거의 그 기관 혹은 관변인물로 그대로 구성되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새 정부의 의욕은 날아가는 듯 한데 기획·실행은 기어가고 있다면 성과는 기대보다 못할 것이라는 아마도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적폐의 활화산이 터진지라 적폐의 원인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대해 논의나 토론은 없다. 적폐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것은 적폐청산 중에도 할 수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적폐는 과거에 크게 제기된 문제들이다. 다만, 적폐로 부각되던 초기에 왜 못 잡았냐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 시점에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 당시 자료 공개 요구는 묵살 당했고, 관련자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지금도 관련 자료는 찾기 어렵다. 이것도 적폐 원인의 본질인데 지금도 이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TF, 위원회가 정치적 성향·이념적 성향에 따라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구성되거나 과거와 같은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지금도 TF나 위원회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적폐청산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행하는지 의심스럽다.
적폐의 근본적 이유는 바로 투명성의 문제이다. 비공개, 비기록,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계획적, 의도적으로 기획·실행한 것이 적폐행위인데, 이 적폐행위 과정을 전혀 개선시키는 노력은 관심도 없이 적폐청산 TF도 적폐행위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고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재, 새 정부는 진정한 적폐청산의 의미를 재 정립하고 과거의 적폐청산과 함께 미래의 적폐도 사전적으로 청산시키는 제도화 추진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제는 적폐대상으로 과거의 것에만 중심을 둘 것이 아니라, 오늘의 적폐, 미래의 적폐에도 혜안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새겨보길 바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