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훈련같지 않았던 실전
[기자수첩] 훈련같지 않았던 실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1.0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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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했던 그 때는 우연히도 526개 기관과 일반국민이 참여해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을 점검하던 시기였다. 특히, 사고 발생 당일에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도로터널 다중충돌 및 화재 대응훈련'이 진행됐다.

실제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1시20분경, 정부가 계획한 훈련 시작 시각은 오후 2시였다. 거의 비슷한 순간 한 곳에서는 실제를 가정한 훈련이, 그리고 다른 한 곳에서는 실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일 경남 창원과 김해를 잇는 창원터널 인근에서 윤활유를 가득 실은 5톤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불타버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불 붙은 드럼통이 반대편 차로까지 날아가면서 일대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결국 사고를 일으킨 트럭운전자를 포함해 모두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위험물과 운전자, 차량 등에 대한 허술한 안전관리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관리부실에 따른 안전사고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해당 지자체들의 늑장대응은 사고구간을 지나던 다른 운전자들의 공포와 불편을 키웠다. 김해시와 창원시가 사고발생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사고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 일대 교통은 순식간에 마비됐고, 터널안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비슷한 시각 국토부와 도로공사, 경주시 등이 동해고속도로 양북1터널에서 진행한 재난대응 훈련에서 가정했던 상황은 창원터널 사고와 많이 닮아 있었다. 이날 훈련은 양북1터널 내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대형화재로 이어져 19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상황을 두고 이뤄졌다.

사고 발생을 인지한 터널관리사무소는 사고상황을 관련기관에 즉시 전파하고, 유관기관 협조체계 아래 화재진압 및 사상자 구호를 실시했다. 동시에 즉각적인 교통통제와 우회도로 안내가 진행됐다. 훈련은 이렇듯 신속했다.

흔히들 '실전같은 훈련'이라는 표현을 쓴다. 형식적 연습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진짜 효과를 발휘하는 훈련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이 현실에서는 참으로 무색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실전같은 훈련만 반복할 것인가? 재난 대응매뉴얼은 얼마나 더 점검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이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 '훈련같은 실전대응력'을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