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작업이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5대그룹 전문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지지부진한 기업들의 개혁 속도에 경고를 날렸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다’던 6월 발언과는 전혀 다른 무게가 실렸다.
김 위원장은 ‘11월 1차 데드라인’에 대해 정기국회 상황을 반영해 공정위의 재벌개혁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면서 이제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자발적인 개혁에 속도를 내줄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재벌 총수일가 전횡방지와 고유·지배구조 개선을 공약했다. 총수일가의 전횡방지 및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 확립, 편법적 지배력 강화 및 부당한 경영권 승계 차단, 사익편취 행위 및 부당내부거래 근절, 금융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 방지 등 4가지 목표를 제시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4대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지배구조 개선 뿐 아니라 주주관계, 노사관계, 하도급 기업과의 관계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에게 다양한 숙제를 추가 주문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수그러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았다. 당초 예상보다 물렁물렁하게 진행된다는 비난이었다.
김 위원장은 5개월 만에 재벌그룹 경영인들과 다시 만나 이제 더 이상 자발적 개혁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아닐 것을 확실히 했다. 5대그룹 경영인들에게 ‘더욱 혹독한 변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공정위가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의 다음 목표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과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로, 각각 전수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익재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던 것에 대해서도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브랜드 로열티, 컨설팅 수수료, 건물 임대료 등이 지주회사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익구조를 살펴보고 일감 몰아주기·법 제도 개선 등을 살필 것도 분명히 했다.
공정위에서 기업집단국 신설 등 공정위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너무 불한해하지 말라면서 준법 경영, 상생 협력하면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제 ‘김상조식 재벌개혁’에 대한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순 경이면 공정위 전체 조직이 정상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가동되는 상황이 된다. 기업집단국과 디지털조사분석과의 신설 등 조직도 채비를 마쳤고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이른바 갑을관계에 대한 폭발적 민원도 일단락 됐다.
이제 공정위의 본격적인 재벌개혁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재벌개혁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는 기업들과 충분한 교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재벌 총수 일가에게는 혹독한 변화를 위한 채찍질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재벌개혁 4대 목표가 실현되는 날까지 개혁의 속도를 늦추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