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멍 난 복지체계 하루 빨리 메꿔야
[기자수첩] 구멍 난 복지체계 하루 빨리 메꿔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10.2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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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국민의 공분은 여전히 들끓고 있는 모양새다.

후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몰면서 정부로부터 공짜 복지 혜택을 누린 그의 이중적 삶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까닭이다.

이영학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2005년 이후 매달 100만원이 넘는 생계급여와 장애인수당 그리고 교육급여 통신요금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누려왔다. 이렇게 받는 정부지원금만 총 160만원이었으며 여러 기부단체와 개인이 그의 계좌로 송금된 기부금은 12억원이 넘었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각종 공적 자료를 바탕으로 수급자격 여부를 확인하지만 대상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시망은 빠져나갈 수 있다.

이영학은 여러 대의 고가 외제차량을 보유했다는 정황이 있지만 본인 명의로 등록한 건 배기량 1999㏄짜리 승용차 한 대뿐이었다. 

자동차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2000㏄ 미만 차량이면 생계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재산으로 판단하는 현행 제도를 맹점으로 노린 것이다.

복건복지부는 기초생활 수급실태 조사에 활용하기 위해 각 기관의 전산망과 연결해 기초수급대상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내역 등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수급대상자와 부양의무자 명의의 재산이 아니면 파악할 수 없다는 게 한계다. 

이영학이 차명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관리하고 다른 차량도 차명으로 등록했다면 기초생계급여 부당수급을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이영학 외에도 기초생활급여를 챙긴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 급여 부정수급으로 환수결정된 금액은 2013년 76억원에서 지난해 212억원으로 급증했다.

1억원 이상의 금융재산을 보유했거나, 2억원이 넘는 주택 또는 2대 이상의 차량을 가진 이들이 기초생활 혜택을 누려오다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초생활급여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복지감시망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에 대상 선정에 대한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하고 선정 과정 역시 개선돼야 하며, 대상자의 소득과 재산에 변동이 생길 때 성실 신고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중 이례적으로 자산이 많은 가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실태조사에 나서 혹여나 모를 ‘제2의 어금니 아빠’ 형태는 없는지 예의 주시해야할 것이다.

애초 목적과 달리 엉뚱하게 쓰여 혈세를 탕진하는 부정수급을 철저히 걸러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이 되지 않도록 구멍 난 복지 체계를 하루 빨리 메꿔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