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주의 기초 흔드는 ‘블랙리스트’ 단죄해야
[기자수첩] 민주주의 기초 흔드는 ‘블랙리스트’ 단죄해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9.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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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하거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파’로 분류하고 프로그램 배제, 퇴출 등 압박을 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별도로 이명박 정부도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온 것이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저급한 합성사진까지 만들어 유포했다고 한다. 

엄연한 국가기관이 저속하고 유치한 공작을 자행한 게 낱낱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좌파로 분류해 불이익을 주고 악의적 보복을 가하는 것은 국정원 본연의 업무와 하등 무관하다. 

밝혀진 명단만도 5개 분야 82명이나 되는 규모다.

상당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SNS나 방송 등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이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 아닌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던 영화감독 명단을 뒤져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국정원은 해당 연예인 등의 방송 출연을 봉쇄하고 소속사의 세무조사를 유도한 것은 물론 광고주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 이들을 모델로 쓰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적 문화예술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보다 더욱 질이 나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 정책에 대한 비판은 누구나가 할 권리가 있다. 이를 보복하는 것은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국정원의 이 같은 공작은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되는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깊이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진 합성을 포함한 문화예술인 이미지 훼손은 미리 계획서까지 만들어 상부 보고를 거친 뒤 실행했다고 한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도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은 즉각 분노를 표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국정원 개혁위도 국정원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한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을 불러 이명박 정부 시절 받은 불이익 등 피해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관련자들에 대한 단죄는 물론, 그 윗선이 누구인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가 드러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한다고 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