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2연패, 한국축구에 남긴 과제는?
아르헨 2연패, 한국축구에 남긴 과제는?
  • 신아일보
  • 승인 2008.08.2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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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세계의 벽'을 확인한 올림픽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축구가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호화 군단'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의 특징은 지난 2006독일월드컵처럼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전통의 강호들이 선전한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팀들이 몰락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올림픽 최초로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야심차게 세계의 문을 두드렸던 한국축구는 조별리그 1승1무1패 승점 4점 3위로 8강진입에 실패,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 중 카메룬(1-1무), 온두라스(1-0승)전에서 선전했지만 이탈리아와의 2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또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벨기에, 나이지리아 등 메달권에 진입한 팀들은 한국에 비해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는 등, 아직 세계와의 격차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21,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후안 로만 리켈메(30, 보카 주니어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24, 리버풀), 페르난도 가고(22, 레알 마드리드), 세르지오 아게로(2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등 '국가대표급' 선수구성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관심을 모았다.

아르헨티나는 상대팀들과 대동소이한 체격조건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조직력, 정교한 패스와 다양한 전술 등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이들은 금메달 전선의 최대 변수였던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변칙적인 4-4-2 포메이션을 구축, 리켈메의 패스와 메시의 돌파에 이은 아게로의 마무리로 브라질 수비를 공략했다.

또한 나이지리아와의 결승전에서는 최고기온 섭씨 32도의 불볕더위와 상대의 밀집수비를 쇼트패스 및 2대1패스로 뚫어가며 결국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수비라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측면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오버래핑을 적절히 이용한 아르헨티나에 나이지리아 수비진은 수 차례 측면공간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아르헨티나는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세우고 경기에 나선 나이지리아 공격전을 거의 완벽히 봉쇄했으며, 과감한 돌파로 찬스를 만들어가는 노련한 모습을 선보였다.

우승팀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청용(20), 기성용(19, 이상 서울), 김정우(26, 성남), 김동진(26, 제니트), 백지훈(23), 신영록(21, 이상 수원) 등 재능있는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한국의 전술부재는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더불어 상대 수비수 1명을 제대로 제치지 못하며 '개인기 없는 축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은 올림픽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 이번 대회를 결승전까지 지켜 본 박문성 SBS축구해설위원은 "이번 올림픽은 지난 독일월드컵과 큰 틀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아시아는 출전팀 전체가 탈락, 경쟁력을 갖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위원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한국축구는 냉정히 자신의 위치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굳이 버릴 필요는 없지만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고쳐야만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체격적으로 작은 팀인데도 불구하고 장점인 스피드와 개인기를 극대화했고, 포지션 파괴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개인기량을 키운다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노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집기간을 늘려 훈련량을 길게 가져 간다는 원초적인 발상 만으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