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부실대학 퇴출, 부실 운영이 문제다
[신아세평] 부실대학 퇴출, 부실 운영이 문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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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호 경주대학교 관광레저학과
 

지난 8월25일 교육부는 서남대에 이어 대구외국어대, 한중대에 대해 법인해산 및 학교폐쇄 행정예고를 하였다. 이미 폐교되었거나 퇴출 예정으로 선정된 대학들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2014년부터 2022년까지 3년을 한 주기로 나누어 3주기로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결과, 교육부는 9. 4일 퇴출대상 3개 대학을 포함한 4년제 대학 8개와 전문대 4개 대학을 2018학년도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발표하였다.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의해 과거 폐교되었거나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대부분 대학들은 재단 또는 설립자의 부정과 비리에 의한 경영악화와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대학의 퇴출을 초래하는 경영부실은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비리를 견제할 수 없는 사립대학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

대학 운영과 관련한 중요 사항은 법인 이사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반면에 대학구성원들의 참여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역사가 짧은 지방의 소규모 대학에서는 교직원들의 권익보호나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대학 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나 조직체를 결성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식을 전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 잘못된 대학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못한다고 질책할 수도 있다. 대학의 교직원들은 법률적으로 신분이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대학 경영진의 횡포에 맞서거나 견뎌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대학과 달리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소규모 대학에서 재단과 경영진의 파행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에 대해 견제가 어려운 것은 교원 중심의 조직체 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설령 교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협의체를 조직한다고 해도 임의적 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식인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재단과 경영진의 파행적 운영으로 퇴출될 것을 알면서도 빤히 바라만 보아야 하는 처지는 참담한 일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경영부실에 의해 대학이 퇴출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원들 그리고 졸업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부실경영에 의한 대학의 퇴출은 구성원뿐만 아니라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뜩이나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이 빠져나가 고사상태에 빠져있는 지방에서 대학의 퇴출은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지방에서 대학은 지역실정에 적합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소비지출에 의해 빈사상태에 빠져있는 지역경제에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을 퇴출시키는 정책보다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들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지역발전 차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퇴출과 정원감축과 같은 정책보다 독선적이고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정비가 선결과제다. 제도정비를 통한 대학의 민주적 운영은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을 확보하는 초석이며, 경영부실에 의한 대학의 퇴출을 막을 수 있다. 부실경영의 온상이 되고 있는 불합리한 법률과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쳐 교육계의 적폐청산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김규호 경주대학교 관광레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