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북핵 게임 회오리에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와 동북아
[신아세평] 북핵 게임 회오리에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와 동북아
  • 신아일보
  • 승인 2017.08.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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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한국공유정책연구원장·정치학 박사
 

이른 아침 노곤하고도 달콤한 단잠에서 깨어나자 창 밖 수목에 내리는 빗소리가 평화롭다. 다만 멀리서 이따금씩 으르렁대는 우레 소리가 마음에 걸린다.

한국전쟁 정전 64주년인 지난달 27일 다음날 심야에 북한 김정은은 보란 듯이 대륙간 탄도탄 화성14호를 날렸다. 지난달 4일 발사 이후 불과 24일 만에 추정사거리가 3000km이상 늘어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날린 것이다.

이로써 김정은으로부터 시작된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 비핵게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화성14호는 최대고도 3724Km, 비행거리 998Km, 비행시간 47분, 최대 사거리 3000Km 이상의 탄두미사일로 지금까지는 하와이나 알래스카에 이를 것이라고 본데서 미국 본토의 심장부인 뉴욕이나 워싱턴, 보스턴을 강타할 수 있는 직접적 공격무기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논란을 거듭해 온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이 실현되어 핵탄두가 장착 되면 세계 최강의 미국이라 하여도 안방에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 상황이 된 것이다.

걸핏하면 주먹을 쏙쏙 내밀면서 어른 아이 없이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문제아에게 그러기만 하면 죽을 줄 알라고 으름장만 놓으면서 어어 뒤로 물러나던 최강의 격투기선수가 마지노선에 선 격이다.

더구나 이 못된 아이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2강 3강의 격투기선수를 등 뒤에 두고 알짱거려 왔고, 이번에는 중국과 45Km 지근거리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당장 꿀밤 한 대도 못 때릴 교묘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맘껏 장거리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과 장거리 탄두미사일에 대한 위험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 또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우선 한반도에서의 핵을 포함한 전략게임은 철저한 진영논리임을 분명히 하고 보아야 한다.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상호 동맹의 입장에 있는 미국과 일본의 자유 민주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라는 사회주의진영이 철저한 진영논리로 대치하고 있는 세계사의 특수지형임을 결코 외면할 수가 없다.

미국이 북한 핵을 절대적으로 견제해 온 이유가 혈맹관계라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처사가 전부라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당장 일본이 자위권을 들어 핵무장을 하려는 명분을 거절할 수 없게 될게 뻔하다, 일본은 내친김에 곧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입하려 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근현대 세계사의 몇 장면만 돌이켜 보아도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세계인들에게는 차마 기억하기도 싫은 상황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지켜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셈법도 간단하지 않다. 천방지축 날뛰는 북의 망나니를 어찌 다룰 것인가. 또 미국이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최강 첨단 군사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제압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 복잡하고 난해한 고차 방정식 하에서 미국의 북 핵에 대한 국지적 직접타격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나 봉쇄전략이 이렇다 할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이것이 세계패권국 미국이 직면한 고민이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축소시켜놓고 보면 우리 내부도 나름의 진영논리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화와 제재, 햇볕과 압력고사의 기본적인 진영논리는 평화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논리로 비약해 대결한다.

이런 형국에 정작 우리의 상대인 북한은 우리를 제쳐두고 미국과 빅딜해 체제의 안전을 보장 받으려 하고 있다.

김정은이 핵폭탄과 ICBM에 목을 매는 이유가 직접타격 수단으로 미국을 위협해 빅딜의 유일 카드로 쓰려는 것임은 이미 다 아는 것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붙었다. 북의 장거리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적 수단으로 한반도에 배치 중에 있는 사드문제이다. 사드에 중국이 딴지를 걸고, 국내적으로도 이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해결방정식은 몇 갑절이나 복잡하게 됐다.

북한의 28일 미사일 발사 이후 대기 중인 사드발사대 4기를 즉각 배치하라는 대통령의 정책적 변화가 감지되지만 아직도 사드기지에 운영 유류반입을 제지하는 반대쪽의 농성은 그대로 있고, 일반 환경영향평가 강행조치도 그대로이다.

우리네 국민들은 대부분 군사적인 일이나 무기에 전문가가 아니다. 거의 다 핵 폭탄 하나면 세상이 단번에 날아 가버리는 줄 아는 겁 많은 양들과 같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진 정부에게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우레 소리가 벼락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돌변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기태 한국공유정책연구원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