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청장 “北이 김정남 암살… 명백한 살인증거 있어”
말레이 경찰청장 “北이 김정남 암살… 명백한 살인증거 있어”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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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표단 심장병사망 주장 반박… 北, 리정철 석방 준비 중
▲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지난달 22일 쿠알라룸푸르 내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자 가운데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김정남 암살사건의 명백한 살인 증거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심장병 사망설’을 정면 반박했다.

3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전날 “여성 2명이 공항에서 독극물로 김철(김정남)의 얼굴을 문지른 뒤 그가 숨졌으며, 이후 이 물질이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판명났음을 전문가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할릿 청장은 “북한은 그들의 주장을 펼 수 있지만, (살인) 증거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할릿 청장은 북한이 사망자가 김철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고려해 김정남이라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를 방문 중인 북한대표단은 전날 김정남의 사인이 심장질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대표단을 이끄는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철이 심근경색, 다른 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때때로 치료를 받았다. 보통 컨디션일때도 심장질환 관련 약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리 전 차석대사는 “VX라는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VX는 접촉 때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 물질인데 어떻게 다른 피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사건 초기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대사는 “당초 말레이 당국이 사망자가 심장마비사했다고 통보했다”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말레이 당국이 유일하게 체포한 북한용의자 리정철(46)을 기소하지 않고 추방키로 한데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유지가 불가능하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서라도 증거를 찾아 기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말레이 경찰청의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취재진에 “기본적으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그의 신병을 이민국에 넘길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리정철을 처벌할 증거가 불충분했느냐는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다.

북한 대사관 측은 2일 저녁 김유성 영사부장 겸 참사를 리정철이 구금된 세팡경찰서에 파견해 석방에 필요한 서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