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린 탄핵정국… 靑-野 셈법 제각각
문 열린 탄핵정국… 靑-野 셈법 제각각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11.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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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총리냐, 황교안이냐, 김병준이냐… 탄핵 대비 매듭 못지으면 국민불안만

▲ ⓒ연합뉴스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중간수사발표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에서의 '탄핵'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야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26일까지 퇴진하지 않는다면 탄핵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야3당의 탄핵 추진은 한 뜻으로 모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목숨을 내놓고라도'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가 이미 예정된 가운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까지 정국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휴점'상태나 마찬가지 였던 정치권은 또다시 예측하기 어려운 격랑에 휩쓸린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탄핵안이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장기간 국정 공백과 혼란이 예상된다.

과거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63일이 소요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현재 박 대통령이 당장 퇴진하거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권한 대행을 맡게 될 국무총리도 문제다.

국회에서 재적의원(300명)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라는 대통령 탄핵 가결 조건을 채우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탄핵 심판이 나올 때까지 국무총리가 대행을 맡는다.

문제는 이대로 탄핵 발의안이 가결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국정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을 탄핵시킨 정치권, 국민 여론과 부합되지 않는다.

황 총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총리 취임 이후 국회의 대정부질문이나 현안질의에서도 야권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시켰는데도 국정주도권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갖고 있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당초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있다.

그러나 이날 국회추천 총리 제안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정연국 대변인은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 야당이 계속 거부를 해왔고, 또 여러 주장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이니까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야당이 박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총리를 추천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택지는 거국내각구성을 위한 합의 총리를 끝까지 주장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 대행을 지켜보거나, 혹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수용하는 방안이 있다.

야권 내부에서는 총리 추천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총리 지명자를 누구로 추천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데다 지명자가 인사청문회 등에서 도덕적·업무적 흠결이 발견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야권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추천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때문에 야3당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국민의당은 탄핵을 대비한 총리 인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장기전을 펼칠 전략으로 탄핵 절차를 밟으라고 한 마당에 총리 대행 체제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국회 주도로 총리를 추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탄핵 소추안 절차를 밟더라도 정치권이 국무총리 문제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