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시국, 87년 6월 항쟁과 유사
‘최순실 사태’ 시국, 87년 6월 항쟁과 유사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11.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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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민심’이 제도권 이끌어… 시대적 환경·현상이 발생한 배경은 달라

▲ 지난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로 '#청소년'이라고 적힌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천동환 기자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과정이 87년 6월 항쟁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촛불 집회는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 거리에 모인 것이며, 87년 6월 항쟁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항쟁 당시를 돌이켜보면 시청과 종로 등 서울 도심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수시로 점령해 ‘호헌 철폐’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외쳤다. 당시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광주와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학생들의 가두시위에 ‘넥타이 부대’까지 가세해 광장에 모인 대중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인 7월9일에는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에 계엄령 선포 등 비상조치설 등이 흘러나올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결국 야권과 재야는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김 교수는 올해 촛불집회의 양상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100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몰려든 데 이어 19일에도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즉 아래로부터의 분노인 ‘거리 민심’이 제도권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4차 촛불집회에서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조재형 기자
다만 김 교수는 군중들이 거리로 나온 데에는 시대적 환경과 현상이 발생한 배경이 다르다고 지적하며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야권 등 정치권이 요구받고 있는 해법에도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과 민심 이반이 커지고 있지만 야권은 차기 대권이 넘어왔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말도 곁들였다.

김 교수는 6월 항쟁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며 야권을 강력하게 결속시킬 리더십의 부재를 꼽았다.

당시는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었던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직선제 개헌’이라는 야권의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는 재야 및 시민사회와 일치했고, 방법론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야권에서는 대권을 바라보는 7~8명의 ‘잠룡’ 집단만 존재하다보니 그들이 내는 목소리도 제각각이었다. 제도권 야당과 시민사회를 묶는 단일 기구 구성을 놓고도 야당내 견해차이가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영수회담을 시도했던 것과 달리, 6월 항쟁 당시에는 김영상 전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야권과 재야에서는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의 대선주자 6인을 포함한 주요인사들이 20일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야권을 모아낼 방안을 만들지도 미지수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더구나 6월 항쟁 당시는 군사정권하에서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한 해법을 극적으로 찾았지만, 현재는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와 광장의 목소리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사태 장기화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물론 야권이 광장 정치의 역할은 제한돼 있지만, 도리어 제도권 내에서의 역할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야권이 시민사회에 기대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수습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역할이 커졌다”면서 “6월 항쟁 때는 여권의 균열이 없었지만, 현재는 여권이 분열되고 있는 점도 야권으로서는 운신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김 교수는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고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분열해 대선에서 패배한 사례를 들며 야권에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