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타정' 지켰지만 커진 불신… 한미약품 이틀째 급락
'올리타정' 지켰지만 커진 불신… 한미약품 이틀째 급락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6.10.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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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불공정 거래 의혹에 목표주가 줄하향… 헬스케어펀드 '빨간불'
▲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식품의약안전처의 시중판매 허가 유지로 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은 지켰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는 잃었다.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불공정 거래 의혹 이후 이틀 연속 급락했다.

또 증권가는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일부 증권사는 기존 목표주가보다 30%나 낮추면서 한미약품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보다 7.28% 내린 4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은 식약처의 '올리타정' 시판 허가 유지 소식으로 낙폭을 4%대까지 줄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폭을 확대했다.

지난달 30일 18.06% 폭락한데 이어 이틀간 추락하며 시가총액도 1조8500억원 가량 허공으로 날아가 1년만에 시총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미약품의 이날 장 마감 기준 시총은 4조9149억원으로 지난해 글로벌 기술 수출 계약으로 8조원 대 반열에 올랐던 것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이틀간 25.4%나 급락해 1년 3개월 여 만에 장 중 10만원 선을 내줬다. 한미사이언스는 9만원대까지 내렸다가 종가 기준 8.33%(9500원) 떨어진 10만4500원을 기록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시총 역시 2조400억원 가량 줄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등 두 회사의 시총은 지난달 29일 대비 총 3조800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올해 굵직한 계약들을 성사시키면서 한미약품의 목표 주가는 100만원까지 치솟았었지만,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7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8개사의 증권사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9월30일 이전보다 최대 35% 낮추는 등 평균 20%(평균 92만원->74만원) 하향조정했다.

한미약품의 호재 공시에 따라 발빠르게 목표주가를 올렸다가 하루만에 조정하며 내린 증권사는 6개사에 달한다.

이중 두건의 공시 이전 목표주가와 큰 차이가 없는 증권사는 KT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곳 뿐이다.

목표주가가 가장 높았던 현대증권이 가장 큰 폭으로 하향조정에 나섰다. 현대증권은 호재성 공시 이후 목표주가를 110만원에서 122만원으로 11% 올린 후 다음날 악재성 공시에는 평균보다 낮은 71만원으로 내렸다. 42%나 떨어뜨린 셈이다.

HMC투자증권은 9월30일 목표주가를 8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올렸다가 이날 63만원으로 30% 내렸고, 유진투자증권도 100만원에서 109만원으로 올린 후 다시 74만원으로 내렸다.

공매도세력의 공세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만 한미약품 공매도물량은 10만주를 웃돌았다.

계약 해지 공시 직전 일주일간 하루 평균 4000주에 못미쳤던 공매도 규모가 25배나 폭증한 셈이다.

게다가 빚내서 한미약품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반대매매를 당하고 기관투자가도 로스컷(손절매)에 나선 것이 낙폭을 키운 요인이 됐다.

이같은 한미약품 급락은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업종에도 영향을 줘 해당 업종지수는 지난달 29일 9915.64에서 이틀만에 9036.42로 8.8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신약개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됐고, 한미약품의 공시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당분간 주가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재평가가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약 반환에 따라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성공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며 "이번 사태로 신약개발 성공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으로 전환된 만큼, 국내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분간 헬스케어 펀드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미약품은 물론 미국 대선 이후 상황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의혹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만약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등 정황이 발견되면 주가가 또 한차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공시가 이뤄진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의 한미약품 주식 매매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장(오전 9시) 부터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 시각(오전 9시 29분) 사이에 한미약품 주식 거래가 이뤄진 각 증권사 계좌를 전수 조사해 소유주를 일일이 확인 중이다.

특히 내부자 거래가 의심되는만큼 한미약품 경영진과 임직원 등 관련자 계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분석 자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전달된다.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도 거래소 분석과 별개로 기초자료 분석에 돌입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