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세습’ 금수저, 대기업 취업 확률 ↑
‘계층세습’ 금수저, 대기업 취업 확률 ↑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6.06.29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정보원, 학생 2695명 대상 조사
“대학 등 교육기관,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 진로 지도·취업률 제고 등에 힘써야”

부모 소득이 높은 자녀가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 대기업 취업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9일 발표한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동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은 학생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경험을 쌓고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어 대기업 취업률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학생들은 취업 후 임금 수준이나 만족도 등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재학 중 일자리 경험이 있는 학생 2695명을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다시 부모나 친지에게서 학비를 조달받고 인턴, 실습 등 전공과 잘 맞는 근로를 한 학생인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 1313명과 본인 스스로 혹은 학자금 융자로 학비를 조달해야 해 전공과 잘 맞지 않는 아르바이트 등을 한 학생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 1382명으로 나눠 조사했다.

▲ 재학 중 근로유형별 월 부모소득 분포도. (표=한국고용정보원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성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
조사 결과 두 집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모 소득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의 경우 부모의 월소득이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인 비율이 42.7%나 차지했다. 더불어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25.4%, ‘1000만원 이상’도 4.4%나 됐다.

이와 반대로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의 반 이상인 59%는 부모의 월 소득이 300만원에도 못 미쳤다.

▲ 재학 중 근로유형별 졸업 후 일자리 기업 규모 분포도. (표=한국고용정보원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성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
두 집단의 대기업 취업 비율 역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중·상류층 자녀가 주를 이루는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는 졸업 후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17.8%에 달했다. 반면 서민층 자녀가 절반 이상인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는 대기업 취업 비율이 14.4%에 그쳐 그 격차가 3.4%포인트에 달했다.

종업원 500인 미만 기업은 두 집단의 취업 비율의 격차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두 집단은 대기업 취업 비율 뿐 만 아니라 △시간당 임금 △일자리 만족도 △일자리 유지 여부 등 취업 후 근로 조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만1100원이었지만, 생계형 경험자는 9700원에 그쳤다. 일자리 만족도 역시 각각 43.02점과 40.74점으로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취업 2년 후 일자리 유지 비율도 자기계발형 일자리 경험자는 45.93%에 달했지만, 생계형 경험자는 40.67%에 그쳤다.

정한나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부모 소득과 재학 중 일자리 경험, 대기업 취업 확률 및 근로조건에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난다”며 “부모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은 학생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경험을 쌓고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어 아무래도 좋은 일자리를 얻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대학 등 교육기관은 생계형 일자리 경험자의 졸업 후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이들의 진로 지도와 취업률 제고에 더 힘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