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봄나들이
[프리즘] 봄나들이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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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 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시인 윤동주의 시 ‘봄’ 예찬의 한 구절이다.

자연의 동·식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자라나고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며 시내와 도로변 어느 곳에서나 매화, 산수유, 벚꽃들이 활짝 피어 보는 이들의 마음에 살랑살랑 봄바람을 일으킨다.

몸을 가득 채워주는 완연한 봄기운이 자꾸만 일상에서 벗어나 봄나들이를 떠나라고 부추긴다.

소파에 누워 TV 채널을 돌려가며 한 주일 동안 못 봤던 TV를 보며 낭만을 즐기고 싶은 그런 날 주말, 그런데 현실은 그런 낭만을 즐길 틈이 없다.

“쉬는 날 누워서 TV만 보느냐”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 여기에다 놀러가자고 채근하는 아이들,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잠시 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한다.

또 가족들과 나들이라도 떠나 볼까 하면 주머니 사정은 녹록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는 터,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접고 먼 나들이를 계획하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동네 꽃구경을 나가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아내와 팔짱을 끼고 만개한 꽃길을 걸어보고, 아이들에게는 꽃과 향기 그득한 자연을 선물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간단하게 싼 김밥을 초록빛 잔디에 앉아 서로 먹여주고 목이 메이면 음료수도 먹고 솜사탕을 두 손에 잡고 야금야금 먹어 가면서 말이다.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봄이 길지 않은 시간 속으로 속절없이 가버리는 데서 연유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대로 우리도 휩쓸려 가는 것은 삶에 대한 맛을 모르고 사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시라는 인공적 공간 속에서 일상의 고된 일과를 모두 벗어 버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족과 함께 예쁜 추억을 만들어 보자. 아이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가까운 자연의 품속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