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기업 임금피크제' 본격 추진
정부 '민간기업 임금피크제' 본격 추진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6.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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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노동계 "강력 반대"·경총은 "임금피크제 환영"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의지를 재천명했다.

특히 민간기업으로의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공공부문의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에 이어 민간부문으로의 점진적인 확산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이 상생을 꾀하면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대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공정 하도급 관행에도 엄한 제재가 가해진다.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가 노동시장 개혁의 근간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기본 정신은 장년과 청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 고용 실현"이라며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추진도 상생 고용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 개혁안은 △청·장년 간 상생고용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를 포함했다.

원·하청 상생협력은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끌어올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더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추진된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면 출연금의 7%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상생협력기금은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출연하는 기금이다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방안과 관련,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 3대 고용별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하도급대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수급사업자' 범위는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된다. 업종별 중기조합이 회원사들의 불공정 피해를 대신 제보하는 '대리제보센터'는 기존 15개 업종에서 유통, 소프트웨어까지 확대된다.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한 기업에 공공부문 입찰을 제한하는 기한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된다.

상습적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도 엄단해 노동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다. 임금체불은 부가금 부과나 공공기관 발주공사 입찰 시 불이익을 주고,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위반 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내년 60세 정년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확산도 적극 추진된다.

현재 56개 공공기관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내년부터는 316개 전체 공공기관으로 전면 확대한다. 이달 안에 기관별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8월까지는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키로 했다.

조선·금융·제약·자동차·도매·소매 등 6개 업종과 30대 그룹, 551개 사업장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도 독려한다. 임금피크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취업규칙의 변경도 추진하기로 했다.

임금 삭감과 함께 주당 근로시간을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낮아진 임금에 대해 최대 연 500만원이 지원된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신규 채용을 장려하자는 취지다.

쟁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이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처우,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하는데, 근로기준법은 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취업규칙에 따라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이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으며 사회 통념을 감안해도 합리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사에 대한 직접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노사 양측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협의를 할 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논의를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발표의 핵심은 임·단협 시기에 사업장별 임금 체계를 개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청년과 고령노동자간 상생이 아닌 정부와 재벌의 상생을 위한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와 노동자의 동의절차를 배제해 임금과 근로 조건의 악화를 가져오고 법적 분쟁을 초래할 것"이라며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취지인 양극화를 완화하기는커녕 이를 심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주의 확대를 선도하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민간부문에 임금피크제가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무송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임금체계 관련 불이익 여부와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6월 말까지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1차에 이어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제고를 위한 입법 등과 노사정 추가 논의과제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 8∼9월 중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