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운동부 트레이너, 여학생 상습 '성추행'…학교는 은폐?
고교 운동부 트레이너, 여학생 상습 '성추행'…학교는 은폐?
  • 김명호 기자
  • 승인 2015.02.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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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신체 만지기 부터 '오일마사지'까지… 성추행도 '가지가지'
학교, 가해 트레이너 계속 근무케하고 피해 여학생들 다른곳서 운동하게 해

 
경기지역 한 고등학교 운동부에서 여학생 5명이 남자 트레이너의 상습 성추행에 시달렸지만 학교 측의 미온적 조치로 학생들이 추가 피해까지 입은 사실이 드러났다.

9일 경찰과 피해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초 경기지역 한 중·고교 운동부에 트레이너 A(당시 만 26세)씨가 부임했다.

피해 학생들은 A씨가 부임하자마자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체대로 유명한 서울지역의 한 대학교 4년생인 A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배와 엉덩이를 만지고 근육을 느껴보라고 하는가 하면, 매트에 누운 여학생 위에 올라타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다.

마사지를 빌미로 여학생의 허벅지와 가슴 등 신체를 만지는 일도 수차례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행동은 처음부터 도를 넘었고 그러던 중 지난해 3월14일 밤, 일명 '오일마사지'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운동을 마친 여학생 5명을 체육관 웨이트실로 불러 2명씩 조를 이뤄 '오일마사지'를 하자고 제안한 것.

그러나 짝이 맞지 않자 B(17)양이 혼자 남게됐고, A씨는 자신도 다리가 아프다며 마사지를 해달라는 황당한 강요를 했다.

당시 같이 있던 학생은 "선생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남의 손길이 닿아야 금방 낫는다며 오일마사지를 해달라고 했다. 혐오스러웠다"고 진술했다.

이때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여성코치가 이를 중단시켰고, 학교측에 알리면서 학부모들도 알게됐다.

마사지를 강요당했던 학생의 어머니는 "어느 날 딸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전화를 해 엄마가 왜 학교에 안 왔냐고 묻더라. 알고보니 교장·교감 등이 참석한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는데, 이들이 딸에게 '오해한 것이니 다른 아이들을 잘 다독거리라'고 하는 등 회유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어머니는 학교 측의 통보가 없어 당시 위원회가 열린 것을 몰랐고, 딸의 전화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학생주임 교사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피해 학생 학부모들도 학교 측의 무마와 은폐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감독에게 우선 트레이너 교체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는 전혀 해결방안이 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트레이너 A씨를 확실하게 조사하지 않고 남학생만 맡는 조건으로 계속 학교에 나오게 했다.

특히, 여학생들을 학교 체육관이 아닌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장소에서 운동을 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인 여학생들을 오히려 가해자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는 대목이다.

결국 학생들을 이 학교에서 운동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전학을 결정했고, 학교 측은 불과 1~2일 만에 전학 절차를 마무리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여성 코치도 사표를 내고 다른 학교로 옮겼다.

피해학생들은 아직까지도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너 A씨는 이후 학교를 그만두기는 했으나 이 학교 운동부 감독 교사 아들의 개인 훈련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 부모들은 감독 교사가 A씨를 감싸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10여개월 만에 사건을 인지하고, A씨를 비롯해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 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은 학부모들의 조사를 의뢰받고도 묵인한 학교 측 관계자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A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조사 과정에서 이 운동부 선배인 남학생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진술 등이 나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신아일보] 연천/김명호 기자 audgh19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