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조현민 전무 "복수" 문자 공개…'누구 향해서?'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객 300여명이 탄 항공기를 활주로에서 '억지로' 되돌리게 한 초유의 사태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40·여) 전 부사장이 30일 구속됐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재벌가 딸로서는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도 떠안게 됐다.
검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도 구속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데 그치지 않고 철창신세까지 지게 된 것은 시종일관 '일단 덮고 보자'식으로 수습에 나선 대한항공이 자초한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보여준 '갑(甲)질'은 물론, 이후 오너 일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대응 방식이 결과적으로 사건의 은폐·축소라는 조직적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태의 발단은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박창진 사무장을 내쫓은 이후 여 상무에게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한 '문책 지시'를 내리면서 비롯됐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 상무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이 KE086편에 탑승한다는 일정을 전달받고 원래 해당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던 사무장 대신 '에이스'로 여기던 박창진 사무장을 급하게 대체 투입했다.
여 상무도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취재진에게 "내가 6천명의 승무원을 담당하는 임원이고, 박 사무장 역시 내가 믿고 (조 전 부사장이 탑승한) 항공편에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믿고 투입한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을 분노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 상무는 KE086편 승무원들을 상대로 황급히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는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상무는 이어 다른 항공편을 통해 귀국한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상대로 회유하는가 하면, 추후 국토부 조사를 받던 박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그는 대한항공 입사 때부터 선후배로 가깝게 지낸 국토부 김모(54·구속) 조사관에게 연락해 조사 진행 상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국토부에 채용된 김 조사관은 30년 넘게 알고 지낸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상당부분 알려줬다.
여 상무는 후배를 통해 손쉽게 얻은 조사 내용을 문자로 간추려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박 사무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 상무와 조 전 부사장이 수차례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토부의 '봐주기 조사' 논란이 일면서 불똥은 국토부와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으로까지 튀었다.
검찰은 김 조사관 외에도 일부 조사관이 여 상무와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일단 이날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가 구속된 만큼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여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는대로 범죄 사실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31일 한 조간신문에 따르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조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한 지난 17일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냈다.
조 전무가 복수하겠다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조 전 부사장의 폭행, 폭언 등을 폭로한 박창진 사무장 등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전무의 문자 내용은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조 전무는 급히 사과했다. 조 전무는 이날 트위터에서 "오늘 아침 신문에 보도된 제 문자 내용 기사 때문에 정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굳이 변명드리고 싶지 않다. 다 치기 어린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날 밤에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이메일을 직원들한테 보낸 것도 그런 반성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다"면서 "부디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언니가 검찰에서 조사받으니 가족으로서 욱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가 바로 반성하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